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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왜 살이 찔까요???-박용우 박사님

뉴로트레이너 강박사 2011. 8. 31. 17:40

 

술을 마시면 왜 살이 찔까요?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은 '술도 칼로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은 g당 7칼로리를 내는 고칼로리 식품입니다. 소주 1잔에 70칼로리, 양주 1잔에 100칼로리, 생맥주 1잔에 200칼로리를 내니까 양주 3잔만 마셔도 가볍게 밥 한공기 칼로리와 맞먹습니다. 그런데 칼로리보다 뱃살이 나오게 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더 있습니다.

 

첫번째는 술을 마시면 식사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식사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을 때보다 식사를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술보다함께 먹는 음식의 양이 많아진다는 얘기죠.

 

두번째는 대사의 교란입니다. 알코올이 체내에 들어오면 간에서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려는 대사과정을 억제하면서 오히려 지방을 합성하는 방향으로 끌고갑니다.

 

물론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게 음주량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실제 대규모 연구결과를 보면 술을 "적당량" 마시면 체중이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술과 복부비만

 

최근 스웨덴 연구팀들이 노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는 과다 음주자에게서 복부비만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체중의 변화는 크지 않아도 복부비만의 기준이 되는 허리둘레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알코올 섭취량이 하루 15g 늘어날수록 허리둘레는 1cm 만큼 늘어난다는 겁니다.  술을 마신다고 체중이 확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배가 나오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술을 마셔도 체중의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 이유는 “근육량이 줄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시면 지방대사에 교란이 생기면서 복부에 지방이 축적됩니다. 그런데 근육단백 손실이 함께 일어나니까 배는 볼록 나오면서도 체중계의 눈금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과체중인 사람보다는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훨씬 두드러지겠지요.

 

미국 CDC(질병통제센터) 연구팀들이 성인들의 음주량과 10년후 체중변화를 보았더니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즉 술 때문에 체중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하버드대학 연구팀들이 약 5만명 여성들의 체중을 8년간 추적관찰한 연구결과를 보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여성들보다 오히려 "적당량" 음주를 하는 여성들에서 체중증가 폭이 작았습니다. 여기서 “적당량”은 하루 30g 미만의 알코올 섭취량을 의미합니다.  소주 반병, 맥주 세잔 정도의 양입니다.  그런데 하루 70g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체중이 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적 음주자’에 비해 어쩌다 한번 폭음하는 사람들이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음에도 체중증가의 폭이 훨씬 더 컸습니다. 

 

 

 

술과 근육단백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짱’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사람에게 술자리는 견디기 힘든 유혹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을 수는 없고 술을 마시면 어렵게 만든 근육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저도 운동할 때 술을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은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알코올은 장에서 아미노산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고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합니다. 술이 단백질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칼로리를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 술이 더해지면 근육손실은 생기지 않지만 탄수화물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만큼의 에너지를 알코올로 얻게되면 칼로리 섭취가 동일하더라도 근육단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옵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음주를 하게 되면 간에서 단백질을 내보내는 기능도 뚝 떨어집니다. 

살찔까봐 음식을 일부러 줄이면서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근육량은 점차 줄어들면서 뱃살이 더 나오게 됩니다.


맥주와 양주, 뱃살 나오게 하는데 차이가 있을까?


"적당량"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양주보다 맥주가 상대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하루 알코올 70g 이상(양주 5잔 이상, 맥주 7잔 이상)으로 과다하게 술을 마신 경우는 어떨까요?  술은 물과 에탄올이 주성분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탄수화물이 들어있는데 위스키, 꼬냑, 보드카에는 0, 포도주에는 1리터당 2-10g, 맥주에는 30g, 포트와인의 경우는 120g 까지 들어있습니다.  맥주를 8잔(2000cc) 마시면 탄수화물 60g, 그러니까 밥 한공기에 가까운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하는 셈이 됩니다.  음식을 적게 먹고 술을 마셔도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양주보다는 맥주가 술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깁니다(물론 양주에 비해 근육손실은 상대적으로 조금 적겠죠^^).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서 ‘과다 음주자의 경우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위스키보다 맥주나 와인이 체중증가를 더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특별한 언급이 없었지만 저는 맥주나 와인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어떤 안주가 좋을까


또하나 재미있는 연구가 있는데, 술을 마실 경우 칼로리가 동일하더라도 함께 먹는 음식의 지방량이 많을수록 간에 지방축적이 더 잘된다고 합니다.  특히 아래 그래프에 보이는 것처럼 지방이 총섭취에너지의 35%를 넘으면 간내 지방축적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소주에 삼겹살이 좋은 궁합이 아니란 얘기죠.

 

 

 

 

(그림설명. 동일한 칼로리에 같은양의 알코올을 주어도 지방함량이 많은 음식일수록 간에 지방으로 축적이 더 잘됩니다.)  


 

 

 

박용우의 권고


음주량이 과다하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적당량"의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견해가 많지만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일부러 술을 "적당량" 마시겠다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평소 술을 즐기는 사람이 "적당량"으로 술을 줄여 마셔야 하는데 이것은 우리 술문화에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혹시 뱃살 나올까봐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면서 술을 마시는 것은 근육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뱃살이 더 나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득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알코올 섭취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하면서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게 제대로된 식사를 해야 합니다. 물론 잉여에너지를 운동을 통해 소모해야겠지요.


그렇다면 운동을 많이 할 수만 있다면 술을 많이 마셔도 괜찮을까요?  제 환자 중에 참치횟집을 운영하시는 50대 중반의 사장님이 있습니다. 워낙 술을 좋아하시는 데에다 매일 단골손님들이 권하는 술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고(제생각에는 핑계 같지만^^) 항변하시는 분인데 평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 2시간씩 운동을 꾸준히 하십니다.  이분의 몸을 보면 가슴도 나와있고 팔도 젊은이 못지 않게 굵습니다. 그런데 배는 王자가 보이지 않고 불룩 나와있습니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술을 줄이지 않으면 식스팩을 만들기 힘들겠다는 사실을 이분을 통해 확실히 각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