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이어트를 하고, 몸매를 가꾸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함께 떠오른 직업이 있다. 퍼스널 트레이너(personal trainer), 줄여서 PT라고도 하는 이 직업은 운동을 하는 스케줄을 짜주고 1:1로 운동을 가르쳐주는 직업이다.
한국에서 PT 열풍이 분 것은 2002년~2003년 정도로 본다. 스타급 연예인들이 몸에 근육을 붙이고 배에 식스팩을 새기면서 부터다. 특히 배용준의 몸을 만들어준 임종필(35)씨, 줄여서 'JP'라 불린 트레이너는 PT 1세대로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 본명보다 '배용준의 트레이너'로 더 유명하다. 트레이너로서도 유명세를 많이 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신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 2002년도 배용준을 만나서 2007년까지 인연을 맺었다. 가르쳤었던 사람들이 다들 한류스타가 되어서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배용준이 나와서 몸을 드러내자 '저 몸을 누가 만들어줬는가'라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 내 이름이 알려졌다. 그러다가 2004년도 즈음부터 퍼스널트레이닝의 붐이 일었다.
- PT 1세대쯤 되는 것 같다. 많은 일을 겪었을 것 같은데.
▲ 젊은 친구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이 된 것 같다. 퍼스널 트레이너의 인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직업으로서 퍼스널 트레이너를 홍보를 했다는 측면이 있다.
몸을 만드는 것은 고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인체가 얼마나 신비한가. 그 방법을 모르면 쇳덩어리를 들고 노동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혼자서도 운동을 잘해서 몸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혼자서 하는 사람의 99%는 그냥 막노동을 하는 것이라 본다. 서울대 간 비결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학원 안다니고 교과서 위주로 열심히 했다는 케이스랄까.
과거는 헬스장이라 불렸고, 거기에서 일하는 코치의 개념에서 1:1지도의 개념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아야하는 시대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가르쳐달라고 오는 사람도 있다. 3개월 정도 배우고 그 뒤로 혼자 할지, 더 배울지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 퍼스널 트레이닝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고, TV에서 나오는 트레이너들은 화려한 측면만을 부각한다는 느낌이 든다.
▲ 지금은 거품이 꼈다. 지나치게 포장이 되어있다. 나도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제의가 많았다. 하지만 모두 고사하고 교양프로그램에만 나갔었다. 퍼스널 트레이너도 사람을 가르치는 직업인데 TV에서 춤을 추고 퍼포먼스를 하고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TV에서 내보내는 것과 실제로 가르치는 것은 차이가 많을 것 같다. TV는 너무 자극적이기 않은가? 그래서 시청자들이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꽤 많이 나갔는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알려달라'. 나는 '그렇게 살아라'고 대답했다. 끝나고 나서 PD에게 혼이 났다. 스스로 공부를 해야한다.
'등운동 어떻게 하나요?', '뱃살은 어떻게 빼나요', '3개월이면 몸 얼마나 만들 수 있나요'이런 질문들을 받고는 하는데 사실 난감하다. '영어공부 3개월 하면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는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는 공부를 하는 것이 맞다.
또한 지금은 자극의 절정이다. 곧 거품이 빠질 것이다. 실력보다는 마케팅과 광고로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다. 나도 포함된다. 일선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실력있는 트레이너들이 더 많다.
- 살을 뺄 필요가 없는데 굳이 빼달라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 건강사치라고 생각한다. '연예인 누구처럼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을 받으면 일단 말은 해준다. '배용준처럼 몸을 만들고 운동을 하면 건강을 해친다'라고. 연예인은 몸이 상품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단기간에 몸을 만드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 '3개월에 15kg 감량', '3개월이면 몸짱'이런 광고문구도 많지 않은가? TV에서도 그렇게 주제를 잡는 실정이고.
▲ 앞에서 건강사치라는 말을 썼는데, 우리나라는 3이란 숫자를 너무 좋아한다. '3개월'이란 표현은 마케팅을 하려고 피트니스 업계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회원권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3개월 단위로 묶은 상품을 내놓은 것이 그대로 굳어졌다. 빼빼로데이가 마케팅의 결과이듯이. 사실적으로 말하면 운동을 하고 100일은 지나야 몸이 변화한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대중이 원하기 때문이다. 나도 한 때 TV프로그램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TV에서는 하고싶은 말을 별로 한 적이 없다. 작가와 PD들이 원하는 대로 말을 해야했다. '스쿼트 20번씩 3세트하면 다리 살이 빠집니다'라고 TV에선 말해야 된다. 그렇게 해서 살이 빠지겠는가?
- 요즘은 TV프로그램에서 아예 다이어트가 주제로 나온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서 시청률이 꽤 높기도 하다.
▲ 직장, 학교를 못하게 통제하는 상태에서 고구마, 닭가슴살을 위주로 식단을 자서 운동을 시키면 누가 못하겠는가? 슬로우 트레이닝, 슬로우 다이어트, 슬로우 라이프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다.
- 식단에 대해서도 말을 해주는가?
▲ 내가 영양사 자격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단을 일일이 다 짜주지는 않는다. 서로 식성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내가 만들어 주는 것이 의미가 없다.
단 이 말은 항상 한다. 3가지다. 국물, 찌개를 먹지 않는다. 염분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다. 물을 많이 마시자. 5대 마약 - 흰쌀, 밀가루, 흰설탕, 흰소금, 조미료 -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먹자. 이렇게 3가지다.
기본적으로 나는 아침과 점심은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다.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할 때는 식당에 가서 일반식을 먹는다. 집에 남겨가는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도시락을 싼다. 내가 먹는 것을 내가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식사를 한문으로 풀면 먹는(食) 일(事)이다. 내가 단백질, 탄수화물, 섬유질은 충분히 먹고 있는가? 염분이나 조미료는 너무 많지 않나? 출처가 불분명한 음식을 내가 먹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체크하면서 먹는 것이다.
달고, 짜고,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에 길들여지면 미각이 상하고 슬로우푸드는 밍밍해서 못 먹는다. 생야채, 닭가슴살도 먹다보면 어느 순간 맛이 있다. 미각이 회복되는 것이다. '패스트(fast)'가 항상 문제다. 빨리 얻은 것은 빨리 사라진다. 올라가는 것만 생각하면 내려올 것을 생각지 못한다.
- 다이어트, 몸만들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결국 먹는 것으로 돌아오는 게 맞는 것 같다.
▲ 퍼스널트레이너라고 해서 운동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diet)를 사전에서 찾아보자. 어디에 '굶다'라고 나와있는가? 다이어트는 '골라서' 먹는 것이다. 다이어트 노래를 부르다가 다이(die, 죽다)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이어트 끝나면 먹어야지'라며 참고 견디는 사람들을 보라. 그 기간이 끝나면 99% 요요가 온다. 먹는데 어떻게 안찌나.
굶는 것은 인내를 하는 것이다. 골라서 먹는 것은 인정을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면 물 속에 들어가서 숨을 참으면 언젠가는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 '물이구나'하고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인정이다. 내가 먹을 음식이 아니라고 인정해버리면 그 다음은 쉬워진다. 의식을 바꾸는 일이 어렵긴 하지만.
- 이미 맛에 길들여져있어서 그 의식을 바꾸는 것이 참 어렵다. 광고도 문제고.
▲ 광고에 속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녹차를 먹여서 키운 돼지라거나, 삼겹살을 와인에 숙성시킨 '웰빙 삼겹살' 같은 식품이면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그렇게 따지면 떡볶이에 녹차가루 뿌려서 먹으면 웰빙떡볶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이제 아령을 잡은지 20년이 됐다. 입으로만 가르친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서 수상도 해봤고, 무식하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공부를 해서 책도 냈다. 많은 것을 겪고나니 과유불급이란 말이 가장 맞는 것 같다. '적게 먹어서 생긴 병은 많이 먹으면 낫지만, 많이 먹고 생긴 병은 약이 없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적당히'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평생 풀어야할 숙제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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