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소통

탈북 20대女 수십만원에 ‘성노예’로 팔려…中인신매매 기승

뉴로트레이너 강박사 2006. 12. 15. 07:17
탈북 20대女 수십만원에 ‘성노예’로 팔려…中인신매매 기승
[동아일보]
《북한을 탈출하는 상당수의 여성이 중국 농촌으로 팔려가 성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도 최근 들어 옌지 룽징 투먼 등 국경도시에서 벗어나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되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고통의 현장’을 11∼12일 찾았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의 한 묘목회사에 다니던 L(35·여) 씨.

2001년 7월 초 한 낯선 남자가 그녀의 퇴근길을 가로막았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살기 힘들지 않으냐. 중국에 가면 돈을 제법 벌 수 있다”고 제안했다. L 씨는 귀가 솔깃했다.

1997년 부모가 예방주사 부작용과 영양실조 등으로 한꺼번에 돌아가신 후 네 살 아래 여동생과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오던 터였다. 회사에서는 일만 시키고 월급은 주지 않았으며 여동생도 몸이 성치 않아 누워 있기 일쑤였다. 자연히 이틀에 하루꼴은 끼니를 거른 채 지내야 했다.

“어디 간들 이만 못하랴”라는 생각에 그는 1주일 뒤 밤에 가슴까지 물이 차는 두만강을 건너 또 다른 탈북 여성 2명과 함께 중국으로 넘어왔다. 룽징(龍井)의 한 민가에서 머물던 일행은 이틀 후 각자 다른 농촌으로 팔려 갔다.

옌지(延吉)에서 기자와 만난 L 씨는 “브로커에게 속아 벽촌의 늙은 노총각한테 팔려가 동생과 연락도 못한 채 아무런 희망 없이 살고 있다”며 “숨을 쉬니까 살아 있는 것이지 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여전히 불법 체류자 신분인 그녀는 인터뷰 내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팔린 후 반감금 상태로 지내는 탈북 여성들=회령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지난해 2월 중국 싼허(三合)로 넘어 온 G(26) 씨는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우창(五常)으로 팔려 간 후 깜짝 놀랐다.

62세의 아버지와 32세의 큰아들 등 남자 5명만 있는 이 집에는 자신이 유일한 여성이었던 것. 우려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아버지와 장성한 아들 4명이 매일 밤 ‘순서를 정해 놓고’ 잠자리를 강요했다. 몸이 아프거나 생리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위에는 마을도 없어 누구와도 접촉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짐승 같은 생활’이 8개월가량 흘렀다.

G 씨는 자신에게 동정심을 보이던 둘째 아들을 꼬여 인근 읍내로 나들이하자며 나온 뒤 도망쳐 노예생활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둔화(敦化)를 거쳐 옌지의 한 구호기관을 찾은 G 씨는 “차라리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울먹였다. G 씨의 사연을 전한 구호기관 관계자는 “그에게 여비를 주어 보냈는데 북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옌지에서 만난 또 다른 탈북 여성 K 씨와 C 씨도 “낮에는 소처럼 밭에 나가 일을 해야 하고 밤에는 노리개가 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2000년 6월 탈북해 왕칭(汪淸)에 팔려 온 K 씨는 “같은 마을에 온 다른 탈북 여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남자들에게서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전했다.

탈북 여성들은 주변의 감시는 물론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중국 공안 당국에 체포될까 봐 두려워 도망치지 못한다고 이들은 말했다. 또 아이가 생기면 아이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는 것.

▽지역과 연령 등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탈북 여성 인신매매 시장=팔려 온 탈북 여성 P 씨 손에 들어온 돈은 2000위안(약 26만 원). 브로커에게는 8000위안(약 104만 원)이 돌아갔다. 또 다른 탈북 여성 K 씨는 비교적 ‘탈북자 매매 초기’에 팔려 와 1000위안(약 13만 원)만 받았다.

옌지의 한 브로커는 “‘탈북 여성을 살 수 있다’는 정보가 중국 전역에 퍼지면서 지역별로 서로 다른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에는 허베이 성의 ‘주문 가격’이 20대 여성 기준으로 2만 위안(약 260만 원)으로 가장 높고 옌지 주변 농촌이 2000∼3000위안(약 26만∼39만 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베이 성의 경우 광산개발 등으로 돈이 도는 데다 총각들이 몰려들고 있어 탈북 여성들의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나이 등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시장도 동북 3성 일대에서 내륙 쪽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옌지=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6자회담서 北인권 제기를”

위띳 문따폰(사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4일 “(18일 재개되는) 6자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진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을 방문한 문따폰 보고관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하고 “18일까지 한국에서 탈북자와 대북 식량지원, 납북자 문제 등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에 의해 보고관으로 임명된 2004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해 유엔 총회에 보고하고 있다.

이날 문따폰 보고관은 주한 미국, 러시아, 핀란드대사관을 각각 방문했으며 15일 새터민(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찾은 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당국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그는 13일 일본에서 한 연설에서도 “6자회담 참가국들이 협상에서 납북자와 북한 인권 문제를 포괄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문따폰 보고관의 주장은 6자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될 경우 북한의 반발로 회담의 본질인 북핵 폐기 논의가 방해받을 것을 우려하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생각과는 달라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권 문제는 6자회담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게 한국과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