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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맘의 다이어트는 서럽다. 첫째, 시간적 문제부터 들어보자. 튜브처럼 잡히는 뱃살과 터질 듯한 허벅지를 보고 있자면,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어 마음은 초조하다. 그러나 현실은 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내기도 부족하다. 다이어트는 먼 이야기라 서럽다.
둘째, 시간이 되더라도 동네 운동장을 돌기라도 할라치면 허리도 뻐근하고 무릎도 시리고, 어깨, 손목, 발바닥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관절마다 바람이 드는 것처럼 선뜩한 느낌이 든다. 이런 약해진 관절로 운동을 하다가는 다이어트는커녕 산후풍에 걸리는 거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몸이 받쳐주지를 않으니 정말 서럽다.
셋째, 시간도 되고 몸이 아프지 않다 해도, 다이어트를 위해 아기를 누구에게 맡기고 집을 나서려면 눈치가 보인다. 산후 조리가 먼저라고 걱정하시는 어른들이 꾸중하지 않을지 염려도 된다. 매끼 수북이 담아주시는 밥알들이 부담스럽지만, 어른 보는 앞이니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눈치가 보여 서럽다.
넷째, 주위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아이를 품 안에서 내려놓기가 겁이 난다. 아이가 나를 찾지 않을까 하는 걱정, 왠지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아서 혹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는 해야 한다
이 모든 서러움 속에서도 반드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 과연 내가 산후 비만에 속하는지를 객관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
딱 꼬집어서 산후 비만의 범위를 정의한 논문은 아직 없지만,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봤을 때 출산 후 1년이 지난 시점의 체중이 출산 전보다 대략 2.5~3.5kg 이상 증가했다면 당신은 산후 비만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 출산 여성의 40%가 산후 비만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 10kg쯤 늘어야 산후 비만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싶겠지만, 수치상 그렇다.
그렇다면 산후 비만이 되기 전에 미리 막는 방법은 없을까? 어떤 병이든 예방이 중요하듯 산후 비만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기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임신에 적당한 체중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임신하기 적당한 체중은 '표준체중(BMI 23~28)'이다.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가면 몸이 냉하기 쉬워 자궁 주위의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고 반대로 너무 많이 나가면 한의학적으로 볼 때 습담(濕痰)이 정체되어 임신이 잘 되지 않는 체질로 바뀐다. 실제 불임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란 질환을 한의학에서는 담(痰)이 지나치게 많아 비만해서 생기는 병으로 본다.
서양 의학에서도 체중 감량을 이 병의 첫 번째 치료 수단으로 삼는 것을 보면 비만한 몸으로는 훗날 산후 비만을 걱정하기에 앞서 임신부터 걱정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특히 임신 전 비만한 환자가 임신으로 체중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게 되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임신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산모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러니 임신을 핑계로 많이 먹지 말자. 임신 전부터 체중을 적정하게 유지한다면 애초에 산후 비만을 막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임신 중에는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산부가 만삭이 될 때까지 몸무게는 평균 12~13kg 늘어난다. 여기서 잠깐, 최근 하버드 의대 연구팀에서 이 기준 수치가 너무 높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버드 의대가 1990년에 내놓은 산모의 적정 체중 증가 범위는 11~16kg이었지만, 11kg 미만으로 체중이 늘어난 산모에 비해 적정 체중이라고 제시한 체중을 가진 산모의 자녀 비만 발생률이 4배나 높은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현재는 임신 중 체중 증가를 11kg 미만으로 권고해 산모와 아기 모두의 안전성을 높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기를 낳은 후에도 날씬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여성들은 임신 중 평균 9~10kg이 늘어난다고 하니, 임신 중에도 산후 비만 예방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출산 후 다이어트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 또 한 가지 꼽으라면, 산후 조리와 산후 다이어트는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들겠다. 물론 출산 후 기와 혈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부족해지는 산욕기인 6주 동안은 몸을 보하고 안정을 취해서 오장육부의 기능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안정을 취하는 가운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벼운 동작과 적절한 식이 조절은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주어, 제대로 된 산후 조리를 완성하게 된다.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안정을 취할 경우, 근육이 약화되고 오장육부의 회복이 더뎌지게 된다.
다이어트 프로젝트는 출산 6개월 안에 시도해야
산후 다이어트에 관해 명심할 점은 출산 후 6개월 안에 꼭 시도하고 감량해야 한다는 것. 이것의 이론적 근거는 '체중 조절점'이다. 체중 조절점이란 우리 몸이 기억하고 있는 체중의 기준으로, 항상 그 체중만큼을 유지하려고 하는 작용을 말한다. 만약 일정 기간 안에 임신 이전의 체중을 회복하지 못하면, 우리 몸은 임신 동안 불어난 몸무게(그게 10kg일 수도 있고, 20kg이 될 수도 있다)를 정상 체중으로 인식해 이 체중을 유지하려고 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살찌는 체질로 변한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가씨 때는 며칠만 굶어도 살이 금방 빠졌는데, 지금은 잘 빠지지도 않고요. 힘들게 빼놓은 살이 하루만 든든하게 먹어도 금방 쪄버리니, 이게 무슨 일이죠?"라는 주부들의 사례가 그 방증이다.
한 논문에 의하면, 출산 후 3개월이 지났을 때 몸무게가 임신 전보다 2.9kg 늘어난 여성은 그 미만으로 증가한 여성들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무려 5.4배 높다고 한다. 또 다른 논문에는 출산한 지 6개월 안에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간 여성은 10년 후 평균 2.4kg의 체중이 늘어난 반면, 6개월이 지나도록 체중을 고수한 여성은 8.4kg의 체중 증가를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산모는 출산 후 3개월에서 6개월 이내에 체중 감량을 시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산욕기가 끝나는 6주부터 6개월까지는 산후 다이어트의 황금기다.
여성의 일생에서 가장 큰 격변기인 임신과 출산을 겪고 나면 몸의 신진대사나 체질이 바뀐다. 자연히 예전 아가씨 때 했던 다이어트 방법은 맞지 않게 된다. 출산을 하고 나면 여성의 몸은 살이 빠지기 힘든 상태가 된다. 수분대사나 노폐물 배출이 어려워지는 기혈허(氣血虛) 상태가 지속되어 부종이 생기고 지방이 쉽게 쌓인다. 움직임이 적은 임신 기간 동안 하체 근육량이 크게 줄어들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임신 전과 똑같이 먹는다 해도 에너지 소비가 적어 먹는 족족 고스란히 지방으로 쌓인다.
임신과 출산은 체중뿐만 아니라 체형(몸매)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아이를 낳으면서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골반이 벌어진다. 그 결과 출산 후에 엉덩이가 납작해지거나 퍼져서 더욱 커 보이게 된다. 체중이 예전처럼 돌아와도 청바지가 골반에 걸려 들어가지 않기도 하고, 걸을 때마다 무릎이 약간 벌어져 팔자걸음으로 변하기도 한다. 골반이 틀어지고 벌어지면 몸의 전체적 균형도 깨지기 때문에, 요통이나 어깨 결림이 생겨 한동안 고생하게 된다. 또 임신 중 모유 수유를 대비해 비축해둔 지방이 복부와 허벅지에 집중되는 부분 비만이 생긴다. 아, 이쯤 되면 예전의 몸매로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압박감에 스트레스 지수까지 상승한다.
출산 후에는 몸의 급격한 변화가 생겨 체질과 체형이 급격히 바뀌기 때문에 생각만큼 체중이 저절로 빠지지는 않는다. 저절로 빠졌다는 산모들이 간혹 있지만, 축복받은 체질을 타고났거나,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 얼굴이 더 축나 보여 '예쁘게'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 적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가씨 적' 다이어트와는 분명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산후 다이어트 방법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마음먹기 힘들어서 그렇지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성공의 기미가 보이면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자신감이야말로 바로 다이어트를 하며 얻는 가장 큰 이득일 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한 엄마로 거듭나기 위해 산후 비만 탈출을 시작해보자!
박현정 원장은 동국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비만 전문기관 한방병원 수련의를 거쳐 산전산후 양?한방 협진 클리닉 원장을 지내며 수많은 산모들의 산후 비만과 산후풍을 진료해왔다. 몇몇 유명 연예인들을 관리하며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산후 비만 전문 한의사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산모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산후 다이어트 및 건강 관리는 절대 사치가 아니라는 '진리'를 역설하고 있다.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현정(청구블루힐체형교정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