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스널트레이닝

거기 병원이지요??

뉴로트레이너 강박사 2011. 2. 14. 23:09

사무실에서 가끔 잘못 걸린 전화를 받습니다. 제가 쓰는 번호와 비슷한 번호를 대표로 사용하는 병원이 있는 모양입니다. 대개 “거기, 병원이지요?” 하고 묻습니다. “예약한 사람인데요.” 하고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름 최대한 예의 바르게 “잘못 거셨어요. 여긴 출판삽니다.” 하고 끊습니다만, 다시 걸려 오거나 하루에 여러 번 몰릴 때에는 은근히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또다시 잘못 걸린 전화를 받고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병원을 찾는 목소리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거의 어르신들이거나 다급한 사람들입니다. 어르신들은 눈이 어두워 잘못 누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급한 이들은 얼마나 조급했으면 다른 번호를 누르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할까 싶습니다. 두 부류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가능한 한 곱게, 따뜻한 목소리로 전화 받아야지.' 하고 마음먹습니다.

“거기, 병원이지요?” 오늘 아침도 잘못 걸린 전화 한 통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병원을 찾는 목소리, 힘없는 할머니 버전의 사운드가 귓전을 자꾸 맴돕니다. 아, 누군가에게 병원이 되어 주는 삶을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그저 “잘못 거셨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걸요. 인정할 걸 담담히 인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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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병원은 병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퇴원하려면 먼 환자입니다. 오늘도 좋은생각, 행복한동행, 웃음꽃, 단행본을 만들며 그 덕분에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글 · 편집인 손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