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가 쓰는 여자이야기◆
[고은주 소설가] "살 안 찌는 여자들보다 나는 열 배쯤 불행한 것 같아." 그녀의 불행이 다시 시작됐다. 명절이 끝나고 체중계 위에서 내쉬는 한숨이 그녀만의 것은 아닐 테지만, 남보다 더 불행하다고 선언하니 그저 안타까울 수밖에. 하지만 그녀가 부러워하는 '살 안 찌는 여자'는 '공부가 제일 쉬운 사람'만큼이나 그 숫자가 적을 터. 투자한 시간만큼 성적이 오르듯 먹은 양만큼 체중이 느는 게 일반적인 사례인지라 그녀의 과도한 불행은 아무래도 호들갑스러워 보인다. 더구나 그녀는 '객관적'으로 날씬하다. 40대로 접어든 친구들이 모일 때면 으레 질투 대상이 될 정도인데, 그때마다 그녀의 반응은 이렇다.
"우리 동네에선 내가 제일 뚱뚱해." 아이들 키우느라 바쁠 것 같은 주부들도 헬스장이나 골프장을 드나들며 부지런히 자기 관리를 한다는 그 동네. 아무리 그 동네라 해도 남부럽지 않을 몸매일 것 같은데 그녀는 불행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 동네에 살지 않아서일까? 그녀만큼 패션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그녀와 같은 키에 체중은 훨씬 더 나가지만 나는 최소한 그녀보다는 행복한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이 다이어트'라며 늘 실천에 옮기는 그녀보다 덜 민감할 뿐, 체중을 의식하며 사는 것은 여느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 실천하지 못하면 열등감 때문에 불행하고, 실천을 하려면 힘들어서 불행하고…. 돌아보면 중학교 시절부터였다. 여자로서 자의식이 싹트는 것과 동시에 체중계 눈금은 내 의식 속에 자리를 잡았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 겨울방학은 한 끼 식사를 우유 한 팩으로 때워 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자 친구들은 모두 내가 실패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방학 동안 내가 읽은 수많은 책과 나의 내적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훌쩍 자란 키와 늘어난 몸무게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 그것이 관건이었다. 다 드러난다는 것. 한눈에 보인다는 것. 무엇이든 '인증'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외모는 그 자체로 인증이 되니 얼마나 확실하고 편리한가. 신체 자본이라는 거창한 말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외모가 달라지면 일단 대접이 달라지니까. 그래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면 물조차 먹지 않고서라도 살을 빼려 한다. 머리가 나빠도 죽어라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왜 꼭 대학에 가야 하는지, 과체중보다 저체중이 왜 더 대접받는지, 사람들이 희망하는 체중계 숫자가 왜 점점 더 낮아지는지, 의문 따위는 들어설 여지가 없다. 현재 시스템이 그러하므로. 어쨌든 우리는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살 안 찌는 여자들은 또 그 나름대로 고민이 있겠지. 그리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너랑 비슷해. 너만 불행한 게 아니라고. 요즘은 남자들도 체중에 신경 쓰잖아." 별로 위로가 되지 않을 말을 주절주절 그녀에게 늘어놓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그리고 사람들은 끝없이 체중계 앞에서 불행과 행복을 오갈 것이다. 남녀노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개별적인 민감도에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이 속한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서 과연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멀리 갈 것도 없다. 이 칼럼에 붙은 내 프로필 사진, 출산과 육아에 몰두하느라 늘어난 체중 때문에 현재 내 모습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사진을 새로 찍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귀찮아서? 저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라서? 도대체 왜? [고은주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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