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어머니는 일주일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떠나고 안 계신 방에 혼자 있으면 무섬증이 들까 봐 그러시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어머니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장례식 치르느라 식구들이 입맛을 잃었을 거라며 어머니는 꽤 많은 양의 돼지갈비를 요리하셨다. 돼지갈비는 아버지가 좋아하신 음식이었다. 그런데 식구는 모두 다섯 명인데, 어머니는 여섯 벌의 수저를 식탁에 놓으셨다. 우리는 혹시나 어머니가 일부러 아버지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건 어머니의 오랜 습관에서 빚어진 행동이었다. 자식들의 눈길을 바라보신 어머니는 그제야 아버지의 수저를 조심스레 치우려고 하셨다.
"엄마, 치우지 마. 아버지 때문에 우리가 돼지갈비 먹는 거잖아. 우리 그냥 먹자." 여동생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내며 말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갈비를 드셨고 아내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접시에 정성스레 갈비를 담아 아버지의 수저 옆에 놓았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모두 체했다. 밤새도록 서로의 손가락을 따 주고, 등을 쓸어 주고, 환으로 된 소화제를 먹었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 답답한 체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새벽 무렵, 다른 식구들이 잠들었을 때 잠 못 이루는 어머니의 등을 쓸어 드리며 내가 말했다.
"엄마, 아파도 이렇게 함께 아프니까 좋다. 한 식구지만 일주일에 전화 한 번 서로 나누지 못했잖아. 근데 이렇게 함께 모여 서로 손 만져 주고 등을 쓸어 줄 수 있어서 참 좋다. 암머, 이건 아버지가 떠나면서 우리 식구에게 주고 간 선물인 것 같아."
나는 다른 식구들이 깰까 봐 작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어갔고, 어머니는 내 말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시다가 결국 큰 소리로 목 놓아 우셨다. 그러고 어머니가 울기 전부터 잠에서 깨어 있던 아내와 동생들은 눈을 감고 누운 채 조금씩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눈물로, 그 울음으로 우리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던 답답한 체증이 조금씩 사라짐을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느끼고 있었다.
문경보 님 | 대광고 교사
-《좋은생각》2009년 8월호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