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스널트레이닝

새벽에 침입자

뉴로트레이너 강박사 2009. 7. 1. 08:35

3년 전 여름이었지요. 새벽 5시 무렵, 무언가 방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깼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등을 켰죠. 그런데 그 순간 창밖으로 무거운 것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나지 않겠어요. 불길한 느낌에 커튼을 젖혔지요.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내 방에 침입하려고 방금 방충망을 찢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한데 내가 일어나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된 것이죠. 

 창문 바로 옆에 박힌 못 위까지 커튼을 드리우고 그 못에 손가방을 걸어 두었는데, 뜻밖에도 도둑이 커튼을 열면서 손가방이 떨어져 내가 잠이 깬 것이지요. 그러자 창밖에 매달려 있던 도둑이 황급히 뛰어내렸던 겁니다. 나는 당장 우리 집 남자들을 깨웠습니다. 그러나 도둑은 이미 멀리 도망쳐 버린 뒤였어요. 

 그런데 다음 날 더 놀라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집 까만 현관문에 하얀 분필로 'X' 자가 쓰여 있던 거예요. 퇴근하고 집에 제일 먼저 온 남동생이 그걸 보고 다른 집 들 문도 살펴봤지만 우리 집만 쓰였더랍니다. 남동생은 당장 그 글자를 지웠습니다. 마치 도둑이 도둑질에 실패한 집을 표시해 놓고 다시 올 것만 같아서요. 

 그날 이후 나는 몹시 불안해했고, 결국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찜통 같은 더위에도 창문을 열고 잠들지 못했습니다. 또한 새벽 5시면 눈이 떠졌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깼습니다. 밤 10시가 넘으면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혼자 걸어가는 것도 무서워했고요. 

 그렇게 3년이 흘렀습니다. 나는 여전히 새벽에 한 번씩 깨고, 작은 소리에도 금방 일어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밤에 창문을 열고 잡니다. 1년간 나 자신을 설득한 덕분이지요. 창문 열고 자도 괜찮다고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꼭꼭 닫고 살다 집 안에 곰팡이 피는 것은 물론, 찜통더위 속에서 통닭구이 될 판이라고요. 평생 창문 한 번 맘 놓고 못 여는 삶, 너무 서글프지 않냐고요.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렵니다. 과거 일에 연연하면서 오늘의 이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없는 서글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요. 그래서 또다시 설득에 들어갔습니다. 잠을 깊이 푹~ 자도 별일 없다고요. 하나를 이루어 봤으니 남은 또 하나도 꼭 성공할 수 있겠죠? 

글 《좋은생각》 이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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