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의 의미와 건강
복(伏)은 음력 6월부터 7월 사이에 있는 절기로서 열흘 간격으로 초복, 중복, 말복이 있습니다. 여름철에
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땀과 함께 노폐물 배설은 물론 영양 손실도 많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영양
실조 때문에 힘들어 하던 조상님들께는 여름더위는 영양실조를 부추기는 악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러
한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한 묘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기름기 많고 칼로리가 높은 닭과 인삼을 먹
어서 영양실조를 벗어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닭과 인삼은 부잣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으므로 서민들이나 천민들에게는 닭과 인삼대
신 위안거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특히 노예나 머슴들에게는 더더욱 그들의 불만을 해소해줄 그 무엇인
가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양반내들이 생각해 낸 묘수가 감언이설로 그들만을 특별히 생각해서 먹
게 해 준 것처럼 생색을 내서 불만을 잠재우는 일이었는데, 그때 사정으로는 소나 돼지는 돈이 들어서 먹
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개가 제격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풍성한 때는 당연히 개고기를 싫
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당시에도 개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
며, 더군다나 양반내들이라면 냄새나고 역겨운 개고기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개를 묶어서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 개가 새끼를 낳기 힘들지만 그때는 풀어서 기르던 때라 많
은 새끼를 낳기 때문에 자꾸만 늘어나는 개를 처치하기도 곤란했을 터이니 노예나 머슴들을 현혹시켜 몸
에 좋은 것을 자신들에게만 특별히 잡아먹게 해준 것처럼 했을 것이며, 어리석은 머슴들이야 그것이 사
실인 것으로 알고 역겨워도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쓴 술도 자주마
시면 길들여지듯이 처음에는 역겨웠던 개고기도 자주 먹다보니 입맛에 길들여졌을 것이며, 소고기나 돼
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입장에서는 개고기가 보양식이라는 자기 위안도 필요했을 것입니다.
육식을 좋아하는 사자나 호랑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큼 역겨운 개고기를 먹어야 하는 서러운 처지를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라도 위안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어두육미(魚頭肉尾)도 그런 샘입니다. 물고기 머
리와 가축 꼬리 등 자신들이 먹지 않고 버려야 할 것들을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말로 무지한 머슴들을
현혹시켜 자신들의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고 머슴들의 서러움도 어느 정도는 달랬던 양반내들의 속셈은
나쁜 면도 있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재치요, 풍류라고도 생각됩니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야 했던 그 시절에 어차피 모두가 배불리 먹고 살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자신
들 배라도 채우고 머슴들에게는 더 좋은 것을 주는 것처럼 위안이라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야 양
반내들이 버린 것을 주워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덜 서러웠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굶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고기라도 먹어야 할 만큼 주린 시대는 이미 벗어난지 오랩니다.
그런데도 지금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육식동물인 들짐승들도 역겨워 거들떠보지도 않는
개고기를 말입니다. 위안치고는 참 안쓰러운 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날의 의미도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양실조시대의 풍속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과학
과 논리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는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1년 365일 영양
과잉으로 질병에 시달리는 요즘사람에게 있어 여름의 땀은 영양과잉을 해소하고 노폐물을 내보낼 절호
의 기회일진데 어렵사리 빼낸 과잉영양과 노폐물을 삼계탕과 개고기로 다시 허사가 되게 하는 짓을 한다
면 이 어찌 못 본 척 넘어갈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옛날에도 복날에 삼계탕과 개고기를 먹는 풍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영양실조로
허덕이지 않았던 사람들은 수박이나 팥죽 등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지혜를 발휘하였습니다. 전라도 지방
의 복날 풍습으로는 밀전병이나 수박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풍습이 있었으며, 충청도에서는 새벽 일찍 일
어나 길어온 신선한 우물물을 길어다 먹으며 복(福)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좋은 것은 이어가도 나쁜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지혜라 할 것입니다. 초복(初伏)은 비록 몸을 망칠 수
있는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었다 해도, 중복(中伏)부터는 참외나 수박 등 계절의 진미를 맛보면서 건강
한 복(伏)날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먹는 것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듯이 육식을 하면 육식동물처럼 성질이 급하고 생각이 난잡해지지
만,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생활을 한다면 채식동물처럼 차분해지고 여유가 생깁니다. 스트레스사회를 살
아가는 사랑지기 가족이라면 이번 복(福)날을 계기로 채식을 생활화하여 약이 필요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연구원장 김 재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