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스널트레이닝

키 작은 꼬마 이야기

뉴로트레이너 강박사 2009. 7. 9. 08:19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정화는 왜 이렇게 키가 안 컸을까?”입니다. 사실 그 답이 제일 궁금한 사람은 바로 저예요. 가족은 물론 많은 친척 중에서 유독 왜 저만 키가 작은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워낙 작았기 때문에 '딱 5센티미터만 더 컸으면….' 하는 바람조차 품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키가 불편하거나 원망스럽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키가 작아서 좋은 점도 많았지요. 친구들은 키가 작은 저를 늘 먼저 배려해 주었어요. 그리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번호가 1, 2번이다 보니 실기 시험도 제일 먼저 치르고 느긋한 마음으로 긴장하는 친구들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힘쓰거나 다소 위험한 일을 해야 할 때도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았지요. 

 물론 불편한 점도 있기는 해요. 얼마 전 취재 나갔을 때 일이었습니다. 평소에 굽 높은 구두를 거의 신지 않지만 취재 갈 때는 제가 가진 신발 중에서 굽이 제일 높은 구두를 신습니다. 그런데 그날 버스에서 내리다가 그만 구두 굽이 계단 모서리에 걸려 중심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때마침 먼저 내리신 사진 기자님이 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한 바퀴 구를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요. 넘어지면서 생긴 영광의 상처는 지금도 종아리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아, 키가 컸더라면 굳이 높은 구두를 신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그렇게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면 발도 온통 물집 투성이가 되고요. 친구들은 신어 버릇하면 좋아진다고 하는데 어쩐지 고생하는 제 발이 너무 안쓰러워서요.

 이렇게 가끔 키 문제로 속이 상할 때면 옛날 일 하나를 떠올립니다. 언젠가 아빠가 이런 말을 하신 적 있어요. 언니와 달리 저는 어렸을 때 엄마 젖을 많이 못 먹었다고요. 그때 우리 집은 구멍가게를 했는데, 저는 만날 젖 대신 요구르트만 먹었대요. 그 뒤로 웬일인지 밥도 잘 먹지 않았고요. 아빠는 그 때문에 제 키가 안 컸나 하셨어요. 부끄럽지만,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내가 엄마 젖을 많이 못 먹고 자랐다는 것의 의미가 뭘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은 내가 그만큼 엄마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그 생각을 이렇게 바꾸기로 했답니다. '설령 어렸을 때 엄마 젖을 충분히 먹지 못해 키가 덜 컸을지라도 그 부족함은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의 사랑으로 채워질 테니 내 마음의 키는 지금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라고요. 지금까지 커 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갈 테니까요. 

 이 생각을 떠올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외형적인 키는 작을지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큰 사람이 되자고 다시 한번 마음먹게 되지요.

(이 글의 제목인 '키 작은 꼬마이야기'는 제가 좋아하는 노래 제목인데요. 이 가사가 제일 마음에 든답니다. “키가 작아서 나는 행복해. 세상 모든 것을 우러러볼 수 있으니까 나는 행복해~.”)

글 《좋은생각》 김정화 기자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